2007년 12월 31일 23:00
한달여 전부터 준비한 새해 해맞이 비박산행..
빠듯한 직장월급을 모으고 모아 텐트도 사고,동계침낭도 사고 에어매트도샀다 .....
필히 가리라 마음먹어왔었지만...
매스컴은 여느때와는 차원이 다를정도로 매서운 추위를 예고하고
더해진 추위만큼이나 피곤해진 연말 직장 분위기도
산행을 마음먹었던 결심을 흐려지게 했었다..
통하는 동료들과 2007년 마지막 저녁끼니로 따뜻한 국밥과 수육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나누고 헤어진후...
아무도 없는 기숙사로 들어서는 순간 입김으로 맴도는 취기와 따뜻한 방안의 온기가 다시한번 나를 유혹한다..
춥다는데...아니 지금날씨가 장난아닌데....이아래가 이정도 추위면 저위는 얼마나 추울까...
그냥 자자...자고 내일 새벽에 가자...이추위에 무슨 비박이냐....분명 얼어죽을꺼다...뭣하러 사서 고생이냐...
가자...그래도가자...이밤과 내일 떠오르는 태양은 내 유한한 인생에 다시오지않을것이 분명하다 가서 잊지못할 일출을 보고오자...
두마음이 줄다리기하기를....몇번...
결국 짐을 챙겨 든다...(배낭안에는,은박매트,코펫,버너,동계용가스,바람막이,침낭,침낭커버,보온병,컵,백두대간텐트,롤매트,를 챙겨넣고
몸에는 바지두벌,티두장에 몽키자켓에 바람막이 자켓 ,버프,비니,장갑으로 중무장한다.. 한참 짐을 꾸리다보면 속옷에 땀이 배인다.)
영천에서 영남알프스까지는 한시간남짓...
간월산과 신불산 가운데 위치한 간월재는 차로도 올라갈수있다...귀가 멍멍해지는거 보면 높긴 높나보다..
밤늦은 시간이기에 깊은 산길을 차로 들어서다보면
졸리던 정신이 번쩍번쩍 든다..떨어지기라도하면 돌아올길이 없지 않겠는가..
몇일전 내린 눈을 걱정했었지만 다행히도 내 은타가 달리기엔 무리가 없었다...
간월재 바람은 상상을 초월했다..옷을 그토록 껴입었건만...차를 내려서는 순간 온기는 온대간대없고...머리속이 멍~~해진다..
해드랜턴을 챙겨들고 텐트칠곳을 찾아 간월재 주변을 돌아보니 ...바람이 부는 반대편 샘터쪽에..많은 산꾼들의 텐트 불빛이 보인다..
나같이 산을 즐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동질감과 반가움이... 밀려드는 추위를 잊게 해준다...
모두들 가족,친구들과 음식도해먹고 ,,수다도 떨고,,별빛과 추위를 즐기기에 정신이 없다....1인용 텐트를 가지고 온사람은
보이질않는다...건장한체구의 남자두명은 텐트도없이 비박장비(롤매트,침낭,침낭커버)만 보란듯이 길가에 딱차려놓고 라면을 끓여먹고있다..대단하다는 생각과 나도 다음에 저렇게 해봐야지...하는 생각도 해본다...
네이버 카페에서 공동구매한 백두대간 텐트를 펼치고보니 오늘같은 날에 팩을 박을수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온땅이 꽁꽁얼어있으니 팩은 무용지물이다...
그때부터 돌덩이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개똥도 약을쓸려면 없다더니 한밤에
돌덩이 찾기가 왜이렇게 시간이 걸리는지...추위는 저리가고 땀이 날정도다...
팩대신 돌로 텐트를 고정하고 롤매트와 에어매트를 깐후
침낭커버 침낭을 풀어놓으니 한번 자볼만 하겠다..싶다..
텐트입구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려 물을부으니 금새 얼어 붙어버린다..이런장면은 영화에서 몇번 본듯싶다...
날씨가 춥긴 추운가보다...가지고간 버너는 동계용 가스를 사용해도 화력이 영~실망이다...
물끓이는데 이렇게 긴시간을 소비하긴또..처음인듯 싶다..
라면을먹고 곧바로 잠에 들어본다...발쪽이 가장시렵다...발쪽이 가장춥다...양말을 두켤레나 신었는데...발이 가장시렵다...
지난시간들에대한..앞으로의 시간에 대한...그런 생각따윈 산속에서는 없다...그렇게 잠이든다..
간간히 텐트가 날아갈정도로 강한 산바람에 놀라 잠을 깨긴했었지만
추위때문에 잠을깨본적은없다...발도 시간이 지나니 따뜻해졌다...침낭선택을 잘한듯해서 기분이 좋다...
2008년 01월 01일 새벽 05:00
사람들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숙사의 새벽은 알람을 7번씩이나 5분간격으로 맞춰놔도 일어나기 힘든 나지만...산에서는 결코 그러하지 않다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텐트안 렌턴을 켜보니 온텐트가 주변으로 결로 현상이 보인다....몸을 움직일때마다 텐트천장에서
작을 얼음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밖을 나서보니 산아래...산위로.. 정상으로 향하는 산우들의 랜턴행렬이 아름답다...
얼어 불붙지않는 라이터를 녹여 담배하나 물고.. 보온병에 담아뒀던 따뜻한물로 움츠려든 몸에 온기를 불어놓은후...
신불산정상으로 향하는 불빛속에 내 해드랜턴불빛도 더해본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정상까지는 1시간정도 소요된다...입산후 보통 10분이 지나면 몸에 온기가 도는 법인데...
이곳에서 통하지않는다...얼굴은 덮은 버프는 내입김이 바로 얼어붙어 뻐득뻐득 소리가 난다... 그버프 사이로 나온 입김에
다시한번 눈썹이 얼어 눈앞에 작은 알갱이들이 보이는게 신기하다...
버프를 내리면 뺨이 얼어터질꺼 같고 버프를 올리면 얼어붙은 버프때문에 살갖이 베어질꺼 같이 따끔거린다....
불어오는 바람을 손으로 막아도 보고.. 고개를 숙여도보고...별짖을 다해봐도 피할길이없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사는것도 매한가지아닌듯 싶다...내가 별짖을 다해봐도...내맘대로 풀리지않는 세상이 아닌가...
새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산우들의 탄성이 들리기시작한다....
혹한기에 디지털 카메라는 밧대리가 제기능을 못한다...전날 아무리 충전을 해놔도 ...
기온이 떨어지면 몇장찍지도 못하고 전원이 나가버린다... 이번산행에서 사진이 몇장없는건 ...그이유때문이다...
그럴땐 카메라를 따뜻한...가슴에 품어주면 3~4장씩 찍을 전원이 순간순간 되살아난다...
이날..해맞이 산행에 오른 산우들은 족히 100여명은 되어보인다... 두손을 모아 뭔가를 빌어보는이들도 보이고
추위를 잊으려 동동동 뛰는 사람.. 연신 카메라로 주변을찍어대는사람...그런저런이들모두...한곳을 바라본다...
2008년 01월 01일 새해 일출을....
이곳에서 나와 함께있는 그리고 함께잊지못하는 이들...나를 알고있는 모두가...내가 알고있는 모두가...올해도
모두 건강하고...행복해지길...빌어본다....
되돌아오는길은 오르는길보다 몇배는 힘들다..
오를때는 바람을 등지고 오르지만...내려올때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내려간다...
바람을 이기려 몸을 앞으로 숙이면...금새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몸의 중심이 흐트려져 휘청휘청 거린다..
얼굴은 더욱따끔거리고 눈은 시큼거리기까지한다.....
언젠가 엄홍길 대장의 8000미터의고독을 읽은후 히말라야한번가봤으면...하고 생각해봤었는데...
아구야......공짜로 누가 데려다줘도 못가겠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닳게된다.. 손가락 발가락 잘라내는게 괜히 그런게
아니구나 싶다... 나는 추위에 약한게 분명하다...
하산후 텐트를 철수하기전 마지막 한컷 남겨본다...
올한해 당차게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분명 좋은일만 내주변에 일어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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